경건교리(3)-천로역정과 함께하는 거룩한 삶의 여정
천로역정: 경건과 성화교리의 그림책(박헌준 목사, 팀처치 Lead pastor)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혀진 책으로 평가되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특별히 구원 받은 이후의 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치열한 성화의 과정을 거쳐가는지를 풍유적으로 그려내었습니다. 설교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챨스 스펄전 목사님은 천로역정을 “성경 다음으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책”(“Next to the Bible the book I value most is John Bunyan’s Pilgrim’s Progress.”)이라고 평가했고, 이 책을 “지루할 틈이 없다(I never seem to tire)”며 자신이 적어도 백번을 읽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자인 존 번연은 자신이 처했던 역사의 질곡(桎梏: 본래는 손과 발에 채우는 쇠사슬을 의미하는데, 억압이나 굴레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됨) 속에서 감옥에 갇히게 되었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믿음과 천재성을 사용하셔서 이 책의 주인공인 크리스챤과 함께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천로역정에 우리를 초대하셔서 성경의 핵심 진리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통성경 읽기를 통한 성경자체에 대한 이해가 진리의 옷을 짜기 위한 씨줄이라면, 경건과 성화교리의 그림책과도 같은 천로역정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진리의 옷을 완성하기 위한 날줄이 될 것이며, 그러한 성경과 교리의 이해를 통하여 거룩한 묵상에 이른다면 누구든지 멋지고 매력적인 진리의 옷을 입고 거룩한 삶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성도들과 함께 읽게 될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요약, 정리해 보면서 이 위대한 저작에 또 다시 한 걸음 더 다가가 봅니다.
존 본연의 생애(베아트리스 벳손, 휘튼 대학 영문학 교수)
존 번연은(1628-1688)은 잉글랜드 베드포드(Bedford) 근처에 있는 엘스토우에서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났고 가정형편상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 16세 때에 번연은 의회군 병사로 징집을 당했다. 3년 후에 그가 속했던 군대는 해산되었고, 그는 엘스토우로 돌아와 땜장이 일을 계속하였다. 그는 두 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부인은 너무 가난해서 그녀가 결혼 지참금으로 가져온 것이란 두 권의 유명한 청교도 저서, 곧 아서 덴트(Arthur Dent)의 '보통 사람이 천국 가는 길'(The Plain Man's Pathway to Heaven)과 루이스 베일리(Lewis Bayly)의 '경건의 실천'(The Practice of Piety) 뿐이었다.
번연은 자신의 영적 성장 과정을 불후의 자서전적 작품들 안에 실어 놓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사귐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그의 최초의 발견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방문 옆에 앉아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서너 명의 가난한 여인들"의 말을 얻어 들은 때에 일어났다. 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그들은 마치 온통 기쁨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매우 즐거이 성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은혜가 충만히 넘치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마치 신세계라도 발견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1661년, 번연은 나라의 이정을 받지 못한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3개월간 베드포드 감옥에 수감되는 판결을 받았지만, 풀려난 후에 설교를 하지 말라는 당국자들의 명령을 끝내 거절했기 때문에 그의 형량은 1672년까지로 연장되었다. 그는 그 감옥안에서 1667년부터 1672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을 쓰는 데 바쳤던 것 같다. 1678년에 출판된 이 책은 여러 시대 동안 영어권의 독실한 신자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1672년 1월 21에 베드포드 교회는 존 번연을 목사로 초빙하였다. 번연은 설교자요 복음 전파자요 목회자로서의 열심과 근면한 헌신 때문에 '번연 주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심한 비를 맞으면서 말을 타고 런던으로 간 번연은 열병에 걸려 1688년 8월 31일 런던에 사는 친구 존 스트러드웍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묘지는 런던 번힐 필드에 있다.
천로역정 해설(제임스 포레스트, 캐나다 알버타 대학 영문과 교수)
천로역정의 간결하면서도 위대한 첫머리는 1678년 번연이 꾸었던 꿈으로 시작한다. "이 세상의 광야를 걷다가, 나는 우연히 동굴이 있는 곳을 만났다. 나는 거기 누워 잠을 잤는데, 자면서 한 꿈을 꾸었다."("As I slept, I dreamed a dream" -Bunyan in jail-) 당시 영국뿐 아니라 온 유럽 사람들이 자연 세계의 도덕적 번잡성과 생활고를 크게 실감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든 길은 혼란스러웠으며, 그들의 절룩거리는 발걸음은 미궁과 광야를 헤매었다. 번연은 그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번연을 무식한 베드포드의 땜장이라고 한다면, 그의 알레고리(풍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비유적이거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뜻을 전달하는 표현)는 누구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지 않은 진정한 "자연적" 천재의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쨋든 그의 순례자(천로역정의 주인공인 크리스천)는 지위 형편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사업과 가슴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ar Coleridge)는 그 알레고리를 가리켜 "기적적 영감을 받지 않은 작가가 만들어 낸 복음의 신학대전"(Summa Theologiae Evangelicae)이라고 말했다.
천로역정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역사의 종말적 사건으로써 신대륙에 새 예루살렘이 건설될 것을 바라는 묵시적 견해가 편만하면서 처음으로 일기 시작했고, 그러한 견해로 말미암아 계속 유지되어 갔다. 거칠고 적대적인 세상을 지나 산 위에 빛나는 도성으로 여행해 가는 크리스천의 환상은 미국인들의 유토피아적 꿈과 천년 왕국에 대한 소망과 잘 일치되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매료 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천로역정이 지속적인 관심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세지의 성격과 이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상징 때문이다. 사람의 삶을 여행으로 표현하는 상징법은 실제로 그리스도교 이전부터 있어 왔는데, 이러한 상징은 아주 초기부터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은유 중 하나가 되어 왔다. 천로역정의 비유적 구조는 전통과 개인적 재능의 상호 작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낭만과 모험이 어우러져 있는 그 책 안에는 구원을 눈에 보이는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나아가는 여정으로, 또 뚜렷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여정으로 보는 칼빈주의적 사고 체계가 나타나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장거리 주자를 외로운 길로 불러들이는 장엄한 과정이다. 한 사람이 성경을 읽으면서 죄책감을 경험하는 모습이 회심의 첫 징후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여러 일화들은 구원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주도권과 개입을 나타내기 위해 공교히 배열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도중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예를 들자면, 크리스천과 소망이 절망 거인에게 붙잡히는 사건)과 순례자가 지나가는 장소들(예를들면, 기쁨의 산)은 구원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다.
천로역정은 주로 성화(sanctification)교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왜 십자가라는 결정적 장면이 이야기의 3분의 1도 전개되기 전에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와같은 성화에 대한 번연의 특별한 알레고리의 관심은 17세기 영국 청교도들이 발전시켜 전유럽에 그 명성을 떨친 칼빈주의 성화 교리의 예술적 표현에 불과하였다. 순례자가 계속해서 그의 주인을 따르므로, 구원의 계획 안에 있는 언약적인 결속이 성화되어가는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새 예루살렘의 영광 속으로 들어갈 때 궁극적인 인준을 받게 된다. 선택과 부르심, 칭의, 성화, 영화(glorification)-이것들이 번연이 선택받은 영혼들의 행로를 그려 넣은 도식이다. 그러므로, 크리스천은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범례(paradigm)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의 행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 천로역정은 예정론에 입각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 인물들은 저주를 받아 멸망되거나 하늘에 올라 거룩하게 된다.
천로역정
저자의 변명